본문 바로가기
시(詩)가주는 위로

[사이-박덕규] 돌 사이에서, 사람 사이에서...

by 에버소울 펫 2025. 4. 3.

사이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박덕규

 

 

인간관계에서 ‘중간에 선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긴장을 추상적으로 표현합니다. 잉크 드로잉 특유의 거칠고 유려한 선들이 교차하며, 중심 인물은 양쪽의 압도적인 존재 사이에서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습니다. 배경의 곡선은 ‘사이’를 감싸며 관계의 복잡성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암시합니다.
사이 — 그 틈에 선 사람

 

 

숨이 막혔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 진실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 살아간다. 친구, 연인, 동료, 가족.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기를 원하면서도,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받을까 도망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미세한 틈이 생긴다.

바로 그 틈, ‘사이’다.

사이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건 감정이 얹히는 곳이고, 의심과 기대가 공존하는 모순의 지대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는 말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용감한 고백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사이는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엔 확신도 없고, 보호도 없다.

오히려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완벽한 노출의 자리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 그리고... 깨졌다...

우리는 ‘사이’에 설 때,

누군가를 이해하려 하고, 다리 역할을 하려 하고, 둘 다 지키려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양쪽 다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너는 누구 편이야?”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존재를 쪼개는 칼날과도 같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사이에 서 있다가 돌을 맞고,

그 정신이 산산이 부서졌을 때,

그건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선다.

그건 트라우마다.

그리고 그걸 회복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사이에 있었고, 지금도 있다.

나는 한때, 부모님 사이에 있었다.

말 그대로 ‘가운데’에 있었다.

둘 다 내게 “네가 중간에서 좀 말해봐라”라고 했다.

그때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니까, 내가 둘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그런데 어느 날,

둘 다 동시에 나에게 실망했고,

나는 그 실망의 표적이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중립이 아니라, 회피가 되었다.

 

심리학자 Esther Perel은 말한다.

“사람은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

사이라는 것은 친밀함과 불신, 기대와 두려움이 겹쳐진 자리다.

그리고 ‘중간자’는 이 모든 감정을 몸으로 흡수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언제나 갈등의 완충재가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스스로가 망가진다.

이 시는 그것을 아주 간결하게, 그러나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게 보여준다.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시는 우리가 경험한 적 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대신 말해준다.

 

사이에 있다는 건, 때로는 가장 용기 있는 자리다.

그곳에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깨졌다면,

당신은 지금 치유받아야 할 사람이다.